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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특종’ 지휘 신호철 前AP통신 기자 별세

입력 : 2025-07-10 06:00:00
수정 : 2025-07-10 00: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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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전쟁 당시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의 진상을 국내외에 알린 신호철(영어명 폴 신) 전 AP통신 기자(전 연합뉴스 외국어뉴스 자문위원)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9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AP통신의 노근리 사건 취재를 진두지휘해 2000년 미국의 최고 권위 언론상인 퓰리처상 수상을 이끌어냈다. 노근리 사건은 1950년 7월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미군의 비행기 폭격과 기관총 사격 등으로 피난민들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250~ 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40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서울대 사범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ROTC 1기로 임관해 통역 장교로 복무했다.

 

1965년 국내 영자지인 코리아헤럴드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UPI통신을 거쳐 1986∼2003년 AP통신에 몸담았다. 퇴직 뒤엔 2015년까지 연합뉴스에서 영문 기자 재교육과 영문 기사 리뷰를 담당하는 외국어뉴스 자문위원을 했다. 고인은 1960년대부터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취재하면서 폴 신이라는 영문 이름으로 필명을 날렸다.

 

고인은 2003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때는 송고 수단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당시 무전 장치를 활용한 텔레타이프를 주로 썼는데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기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취재 현장에서는 전보를 먼저 예약하는 게 특종의 관건이었다”면서 “전화 회선 부족으로 집에 전화도 제때 놓지 못해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때는 대여섯 시간이나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