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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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또 방위비 증액 압박, 국익 방어에 총력 다해야

입력 : 2025-07-09 23:17:57
수정 : 2025-07-09 23: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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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25%” 다음 날 “분담금 9배 인상”
자강능력 배양 기회로 삼는 지혜 필요
안보·통상 연계 대비 최적카드 찾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청구서가 또 날아들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군의 한국 주둔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미국에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국의 방위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8월1일부터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지 하루 만이다. 미국 측은 통상협상 성과가 없으면 한·미 정상회담도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여기에 방위비 증액까지 더 얹는 모양새다. 설상가상이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한국이 부자나라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으로 연간 100억달러(약13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내년 분담금 1조5192억원의 9배에 해당한다. 양국이 작년 10월 2030년까지 적용하는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타결했는데도 막무가내다. 정부가 이 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들은 척도 않는다. 얼마 전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과 합의한 국방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지출을 한국에도 요구했다. 우리 국방예산을 현재 61조원(GDP 2.3%)에서 127조원으로 늘리라는 것인데 전체 예산의 5분의 1을 써야 할 판이다. 미국 요구가 과도하지만 마냥 피하기도 어렵다.

부담을 최대한 줄이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방위비 분담 증액이 불가피하다면 대가로 핵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국방비 증액도 우리 군의 자강 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단순한 미국산 무기 구매를 넘어 기술 이전·협력 확대로 방위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면 K방산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관세와 안보 현안을 아우르는 패키지 딜에도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는 만큼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성사시키는 게 급선무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이러다 협상 시기를 놓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모든 대미 채널을 가동해 한국의 통상·안보 기여도를 설득하면서 미국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일본·유럽 등과 연대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주요 의제마다 득실을 따져 국익을 극대화하는 시나리오별 협상 카드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협상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수 있음을 명심하고 비상한 각오로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