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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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희숙 혁신위’ 성패, 인적 청산 여부에 달렸다

입력 : 2025-07-09 23:17:50
수정 : 2025-07-09 23: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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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정책 전문가인 윤희숙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임명됐다. ‘수도권 중심 정책 정당’을 지향한다는 방향성이 담긴 인선이라고 한다. 윤 위원장은 21대 의원 시절 국민권익위원회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자 “상식과 양심을 강조해온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정치권에서 흔치 않은 책임감을 보인 인물인 만큼 보수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 기대도 크다.

윤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인적 청산은 혁신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이고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의 약점은 여의도(국회)에 계신 몇 분의 잘못 또는 몇몇 계파의 잘못으로 당 전체가 막 흔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옳은 인식이고 혁신위가 이뤄내야 할 쇄신 방향이다. ‘윤희숙 혁신위’마저 인적 청산 문제로 당 지도부와 충돌하다 좌초한 ‘안철수 혁신위’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민의힘은 존립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다.

윤희숙 혁신위가 넘어서야 할 벽은 다름 아닌 자신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한 당 지도부다. 인적 청산 대상은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퇴행적 행태를 보였던 세력인데 당의 헤게모니는 이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니 경선에서 선출된 대선후보를 한밤중에 바꾸려 한 책임 하나 제대로 묻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전횡을 수수방관하다 보수 위기를 초래한 인사들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혁신위는 보수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인사들이 당 재건의 주역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길 바란다.

윤 위원장은 “당원을 중심으로 당의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뿌리가 단단한 당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 당의 지배구조 자체를 상향식으로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원의 의사를 쇄신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 시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비롯한 쇄신안을 당원 투표에 부치려다 무산된 전례를 반복해선 희망이 없다. 혁신위는 친윤(친윤석열)·영남의 아성인 당을 수도권과 중도층, 청년의 당으로 전환해야 하는 책무를 맡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어제 “혁신은 멈출 수도, 포기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인적 청산 요구를 거부한 장본인이 혁신 전도사 행세를 하니 말문이 막힌다. 당 지도부가 더는 혁신의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